1953년 흑백영화로 개봉한 영화 '로마의 휴일'은 골동품같은 느낌의 영화입니다. 귀하게 찾은 영화이니 내용을 함께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펙이 주인공인 정말 환상의 영화입니다. 그런데 저 잘생긴 그레고리 펙이 눈이 들어오지 않을 만큼 매력적이고 선풍적인 인기를 끈 여주인공 오드리 헵번이 등장하게 되는 잊지 못할 영화입니다.
앤 공주의 사랑 이야기
앤 공주는 영국 순방을 마치고 이탈리에 로마에 도착하게 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도 순방이라는 귀찮은 관례가 있었고 관련된 사람들을 혹사시켰나 봅니다. 왕족이었으니 더 했겠지만요. 거기다 그 당시 옷은 또 왜 그리 불편하게 다니는 건지 그 자체만으로도 힘들 것 같습니다. 앤은 로마에 도착해서도 쉬거나 관광은커녕 소화해야 할 일정이 감당하기 힘들도록 빡빡한 상황에 지긋지긋함을 느껴 몰래 밤에 숙소를 빠져나옵니다. 그리고 시내를 돌아다니다 진정제 효과로 벤치에서 잠이 들고 맙니다. 우연히 그곳을 지나던 미국 기자 조가 그녀를 발견하고 흔들어도 깨지 않자 위험해 보여 숙소로 데려와 쉬게 합니다. 그 시간 왕실에서는 앤 공주가 사라져 찾느라 난리가 났습니다. 다음 날 조는 앤이 공주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특종을 노리기 위해 그녀와 함께 시내를 구경하며 그녀의 사진을 찍기로 합니다. 앤은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들처럼 머리를 짧게 자르고 옷도 평범하게 갈아입고서 일반 사람들처럼 신나게 시내를 구경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여기서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되는 오드리 헵번의 시그니쳐 패션이 만들어집니다. 짧은 단발에 귀엽고 봉긋한 앞머리 목에 두른 스카프 귀여운 스타일의 옷이 이때 만들어진 패션입니다. 유행은 돌고 돌아서 그런 건지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요즘 레트로가 유행해서 그런지 예전의 패션이 다시 리뉴얼되어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유행하고 있으니 반갑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무튼 앤 공주는 처음으로 맛보는 자유에 너무나 행복해합니다. 누릴 수 있는 평범함은 다 누리게 됩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다 하는 것을 처음 해보니 너무도 신나 하는 앤 공주가 조의 눈에는 순수해 보이고 사랑스럽게 보이겠지요. 처음엔 특종을 노리기 위해 같이 놀아주고 맞춰줬지만 같이 지내며 앤 공주의 매력에 빠지게 되고 점점 좋아지게 됩니다. 앤 공주는 덕분에 평생 자신의 인생에서 맛볼 수 있는 자유를 로마에서 다 누리게 됩니다. 그러나 이 꿈결 같은 일은 하루동안만 주어졌었고, 결국 공주의 신분이니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왕실은 로마에서의 순방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고, 기자회견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곳에 조가 있는 것을 보고 그제야 기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앤 공주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예정에 없던 기자들과의 만남을 준비했고, "살아있는 한 이곳의 방문을 기억하겠어요."라는 말을 조에게 간접적으로 전달하게 됩니다.
영화의 재미있는 요소들
이 영화는 가장 먼저 오드리 헵번이라는 요소가 있습니다. 등장인물이지만 너무도 사랑받았었고 이슈였던 그녀 자체가 등장하는 요소로 밖에 표현하기 힘든 존재입니다. 외모와 걸맞은 성품도 지녔는지 1992년에 유니세프 친선 대사까지 맡아서 세계 빈민국의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돌아가실 때까지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구제 활동을 할 때 모습을 보면 예전과 똑같이 깡 마른 몸이었지만 여전히 단아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잃지 않았었습니다. 사실 늘 아름다운 얼굴과 옷만을 기억하던 나는 어느 프로그램에서 아프리카 아이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너무도 감명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람은 생긴 것만큼 살아야 하는구나. 굉장히 화려하게 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너무도 낮은 곳에서 아파하는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나머지 삶을 바치며 아름답게 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부끄럽기까지 했습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요소는 흑백 사진으로 이루어진 영화라는 점입니다. 물론 일부러 쓴 장치가 아닙니다. 시대적으로 흑백영화밖에 나올 수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흑백영화는 굉장히 답답한 느낌이 있지요. 색이 보이지 않으니 도대체 저 옷은 무슨 색일지 저 사람의 머리는 어떤 색일지 굉장히 답답한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보다 보면 오히려 색에 쏠리지 않아서 그런지 배우들의 표정에 집중하게 되고, 배우들이 입은 옷의 모양이나 디테일에 더 관심이 가게 되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현상이지요. 의외로 단조롭게 보이는 영화이지만 여러 가지 요소를 찾으며 본다면 지금의 그 어떤 화려한 작품들보다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겁니다.
과거로의 여행
가끔 과거로 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현실이 힘들거나 보고 싶은 사람이 과거에만 존재한다거나 하는 경우입니다. 그럴 때 직접 가지는 못하니 이런 예전의 영화를 보면서 과거의 감성을 느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일 수 있습니다. 물론 21세기에 사는 우리에게 1953년은 과거라기보다는 타임머신이라도 타야 갈 수 있는 시대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의 먼 옛날이지만 왠지 정감이 드는 이유는 사람에겐 순수한 감성이 모두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다들 이 영화 한 번 보는 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