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광주민주화운동이란 역사적 아픔이고 민주적으로 살게 된 밑거름이 된 가장 중요한 핵심적인 사건입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며 이는 그 누구도 아닌 낯선 이의 기록에 의해 뒷받침이 된 놀라운 영화입니다. 택시 운전사는 외국 손님을 태우고 전라남도 광주에 갔다가 통금시간 전에 돌아오면 밀린 월세를 갚을 수 있는 거금 10만 원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를 태우고 영문도 모른 채 길을 나서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이 됩니다.
역사의 현장에 날아든 택시 운전사
1980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이라고 하면 우리는 가슴부터 뭉클해집니다. 정말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듯 그곳에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 많은 젊은이들과 시민들이 이유 없이 희생되었기 때문입니다. 택시기사 김만섭은 우연히 독일기자 피터를 태우고 전라남도 광주로 향하게 됩니다. 돈을 많이 준다는 조건에 오랜만에 운수 좋은 날이라고 만족해하며 광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신나게 출발한 택시기사는 광주로 가는 길목에서 군인들이 막고 있는 모습을 보고 당황했지만, 돈을 받기 위해 어떻게든 언덕을 넘어 그곳을 빠져나와 광주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힘들게 도착한 광주의 모습도 무언가 이상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더욱 이상한 것은 독일기자는 이 상황을 다 이해하고 있는 듯 보였다는 것입니다. 사실 기자는 광주에서 심각한 시위가 있음을 미리 알고 택시기사에게 말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곳에 온 것입니다. 이렇게 위험한 장소에 같이 가자고 한다면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 해도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 어떤 사람이 그곳에 갈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다시 돌아가려던 택시기사는 택시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그곳에 발이 묶이고 맙니다. 결국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현장에 박제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당시 광주의 모습은 너무도 참혹했습니다. 어떤 이유인지 군인들은 거리에 나온 시민들과 학생들을 짓밟고 끌고 가는 전쟁과도 같은 모습이었고 모두들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무섭고 혼자 두고 온 딸이 걱정된 택시기사는 광주를 우여곡절 끝에 빠져나오지만 순천에서 광주의 소식을 듣고 차마 외면할 수 없어서 다시 광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광주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끔찍한 소식을 그 이외의 지역에서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폭동이 일어날까 두려운 정부가 이 소식을 전부 막았기 때문입니다. 택시기사는 기자와 함께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서울로 오게 됩니다. 그리고 독일기자 피터는 광주에서 취재했던 것들을 세상에 알리게 되고, 국민들은 그제야 광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장의 진실을 알게 됩니다.
세상을 살린 실제 인물 택시기사와 독일기자
이 영화에 등장하는 택시운전사와 독일기자는 실존하는 인물입니다. 저는 이상하게도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나 사건이 소재가 되는 영화에 재미를 느낍니다. 택시운전사는 '김사복'이라는 실존 인물을 표현한 것이고, 독일기자는 '위르겐 힌츠페터'라는 인물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이 기자는 처음부터 한국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일본에 체류하고 있던 중 한국의 소식을 전해 듣게 되어 취재의 열정에 한국으로 오게 되고 사건을 취재하게 된 것입니다. 오히려 한국 안에서는 한국의 소식을 알지 못하는데 외국에서 먼저 소식을 알고 취재를 하러 왔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합니다. 당시 대한민국은 군사정권 하에 있었고, 아직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었으며, 사람들은 전쟁을 치르고 힘겹지만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순수해 보입니다. 자신들의 부당한 대우에 이유를 알고 싶어 거리로 나온 것입니다. 이 모습을 실제 독일기자가 기록으로 남겼고 그것이 지금의 우리에게 역사의 한 페이지를 증명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것입니다. 생각할수록 너무나 고마운 외국인입니다. 그 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우리도 무서워서 못 갔을 장소에 파란 눈의 외국인이 뛰어들어 역사를 찍어 놓았으니 우리 국민에게는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모릅니다.
잊지 말아야 할 역사
힌츠페터는 2016년에 하늘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광주에 묻히고 싶다.'던 유지를 받들어 고인의 머리카락과 손톱 일부는 무등산 분청사기함에 담겨 옛 5.18 묘역에 안치되었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그리고 또 감사한 마음까지 듭니다. 사실 대한민국 안에서도 아직도 광주민주화운동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 상황에 외국인이 역사를 증명하고 기억하고 또 우리나라에 애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뭉클합니다. 그러나 점점 잊혀 가는 추모비는 홀로 외롭게 존재하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나 광주시에서 영화가 흥행하고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이 다시 되살아나는 분위기를 타서 추모비 주변을 정비했다고 합니다. 반가운 소식입니다. '역사를 잊은 자에게는 미래도 없다'라고 합니다.' 부끄럽지만 지나온 역사를 인정하고 잘못된 것은 바꾸고 추스르면서 퇴보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나라야 말로 자손들에게도 자랑스러운 역사가 될 것입니다. 사실 불과 40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이 사건은 마치 그것보다 더 오래된 느낌입니다. 왜냐하면 지금 이렇게 민주적이고 자유로우며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나라가 불과 40년 전에는 말도 제대로 못 하고 국가에 짓눌려 살았었다는 사실이 의아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