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태국, 중국, 필리핀, 인도, 인도네시아 , 일본 이렇게 무려 7개국에서 리메이크된 대단한 영화입니다. 이런 영화를 이제야 봤다는 후회가 되는군요. 지금의 내가 먼 훗날 내가 되고 먼 훗날 내가 지금의 내가 되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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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지금 몇 살이신지 궁금합니다. 적어도 40대가 넘는 사람들은 생각할 겁니다.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내가 20년만 젊었어도 하고 싶은 거 다 해볼 텐데'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20년만 젊었어도 신나게 놀고 신나게 사랑하고 신나게 공부하고 신나게 하고 싶은 일 했을 텐 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 순간에는 잘 모르는 게 세월인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우리 오말순 여사는 부잣집 딸로 귀하게 자랐습니다. 그런 오말순 여사를 늘 좋아하고 사랑하던 남자 박 씨가 있습니다. 박 씨는 힘든 종살이를 오말순 여사를 보며 버텨왔습니다. 오말순 여사는 활동적인 사람이어서 구청에서 운영하는 노인 카페에서 박 씨와 함께 일을 합니다. 이런 여사를 박 씨는 아직도 '아씨'라도 부를 정도로 존중하고 좋아합니다. 오말순 여사는 아들을 훌륭하게 키워냈습니다. 무려 아들이 교수입니다. 그것도 노인 문제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교수이지요. 아들의 전공이 이 영화에서는 참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우리의 부모들은 교수를 굉장한 영광으로 알고 있으니 성공한 셈입니다. 오말순 여사는 억척같아서 욕도 잘하는 욕쟁이 할머니입니다. 70년의 삶을 살면서 유일하게 큰소리치며 사는 이유가 바로 교수 아들 때문입니다. 너무나 자랑스러운 아들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 폐경기에 우울증이 온 며느리와 말썽꾸러기 손자 반지하의 진로 문제로 다투다 그만 며느리가 쓰러지게 되고, 손녀 반하나는 이 모든 게 할머니 탓이라며 할머니를 요양병원에 보내자고 합니다. 그걸 들은 오말순 여사는 충격을 받았고 우연히 '청춘 사진관'이라는 곳을 들러 사진을 찍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사진을 찍고 난 오말순 여사는 20대로 돌아가 있었던 것입니다.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를 상황이 된 것입니다. 만약 나라면 혼란스럽지만 정말 신나게 생활할 것 같습니다. 지나 보니 아쉬웠던 것, 지나 보니 못했던 일, 지나 보니 미숙했던 것들을 신나게 해 볼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며 살짝 부러운 생각이 들더군요. 20대로 간 오말순 여사는 혼란스럽지만 결국 새로운 인생을 살아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기로 합니다. 온전히 자신을 위한 삶을 살기로 합니다. 좋아하는 노래도 실컷 하고 신나게 놉니다. 하지만 본연의 말투와 사용하는 단어들 때문에 사람들은 의아해하기도 하고 의심하기도 합니다. 그걸 가장 먼저 눈치챈 박 씨는 오말순 여사를 돕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다가 오말순 여사는 손자의 밴드에 들어가 보컬로 활동하게 되고 길거리 버스킹에서 PD 한승우의 눈에 띄게 됩니다. 한승우는 라이브로 솔직하게 부르는 오말순 여사의 노래에 푹 빠지게 되고 오말순 여사의 매력에도 빠지게 됩니다. 결국 좋아하게 되지요.
선택의 순간. 20대에서 살지 70대에서 살지
그러다 손자인 반지하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오말순 여사는 손자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혼자 무대에 올라 열심히 노래를 부르게 됩니다. 손자의 밴드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입니다. 그리고 병원으로 가서 오말순 여사는 손자에게 수혈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선택의 문제가 있습니다. 피를 보면 오말순 여사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손자에게 수혈을 다른 사람의 피로할지 자신의 피로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오말순 여사는 억척같은 여자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자랑인 아들과 그 아들만큼 사랑하는 손자를 그냥 보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제2의 인생은 포기하고 손자를 구한 것입니다. 결국 자신을 위해서는 살아본 적 없던 삶에서 다시 젊어진 오말순 여사가 마음껏 살 수 있는 20대를 포기하고 다시 70대의 삶으로 돌아온 오말순 여사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우리였다면 어떨까요. 내가 만약 새로운 20대로 간다면 다시 지금의 나이로 돌아오고 싶을까요. 이게 엄마의 삶을 살아 본 사람들에게는 큰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 몸 보다 소중히 생각하는 자식을 위해서는 나의 젊음 정도는 포기할 수 있는 게 엄마니까요.
박 씨의 꿈도 놓치지 않은 수상한 그녀의 결말
이 영화는 마지막이 반전이면서 감동입니다. 마지막에는 박 씨가 '청춘 사진관'에 가게 되고 박 씨는 너무도 잘생긴 젊은 남자로 바뀝니다. 그리고 오토바이를 타면서 너무나 멋지게 오말순 여사 앞에 나타납니다. 영화는 어릴 때부터 오말순 여사를 좋아했지만 신분의 차이로 가까이 가지 못하고 늙어서까지 주변만 맴도는 박 씨에게도 한 번의 다른 삶을 선물합니다. 얼마나 자신감 넘치게 오말순 여사에게 다가가고 싶었을까요. 마지막엔 박 씨에게 선물을 선사한 아주 멋진 영화입니다.